고블린의 유래에 대한 쓸데없고 무익하며 길기만한 고찰 악중고독(music)



Phenomena by Goblin


사실 내가 고블린이란 닉네임을 웹 상에서 전 방위적으로 쓰게 된 건 꽤 오래된 일이다. 아마도 다음 카페 열풍이 불던 2000년도 즈음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나는 음악 동호회, 게임 동호회, 판타지 동호회 등에서 열심히 활동을 하려 하고 있었다. 닉네임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나는 그때 어떻게 하면 저 세 군데에 다 뜻이 통할 수 있어서 하나만 닉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귀차니스트 다운 쓸데없는 고민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더랬다. 그때는 한창 내가 프로그레시브 락에 빠져있던 시기였던 터라 온갖 듣도보도 못한 듣보잡 수상쩍은 앨범들을 사 모으고 있었고, 그래서 유럽의 수상쩍은 밴드들 음반이 주변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 중에 무작위로 여러 장을 집어 올렸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본 음반이다.


고블린이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어릴 적에 하던 고블린이라는 어드벤처 게임도 떠올랐고, 판타지의 조낸 허접한  몬스터의 이미지도 떠올랐으며, 게다가 프로그레시브 락밴드의 이름이기도 하니 얼마나 간지 좋은가 하며 나는 희희낙락하며 고블린이란 닉네임을 써 넣었더랬다. 그것이 고블린의 시작이다. 단순하고 무책임하면서도 은근 웃기는 시작이라고 해도 되려나.
 
아 무튼 이 고블린이라는 밴드에 대해 짧게 얘기하자면 이탈리아의 프로그레시브 락 밴드라고 하겠는데, 이들은 조금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일명 공포영화음악 전문 밴드라는 것이 그것인데, 이들의 앨범은 그래서 자체의 정규앨범이라는 것이 없고 모든 앨범이 다 영화 사운드트랙이다.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아무래도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서스페리아'와 '페노메나'라고 할 수 있는데 나름 공포영화 중 수작으로 꼽히는 것들이니만큼 공포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시리라 생각한다. 본인도 매니아 특유의 의무감으로 봤었는데, 생각 외로 옛날 영화 특유의 질감 때문인지 조금 오싹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으니 성공이라 생각하고 있다. 사실 기억은 잘 안 난다. 기억력이 허접이라. 그리고 보는 내내 왠지 신비한 듯 기괴한 듯 소름 끼치게 만드는 음악이 신경 쓰여서 찾아 보다가 알게 된 것이 바로 이 고블린이란 밴드였다. 그때 남아도는 시간으로 넘치는 열정으로 어렵게 이들의 음반을 구해서 기뻐했던 게 기억난다. 이사를 하면서 어디로 갔는지 사라져서 한동안 듣지 못해 기억 속에 잊혀졌었는데 얼마 전에 인터넷으로 우여곡절 끝에 다시 구할 수 있었다. 한 때 MP3 무료다운로드 욕 많이 했던 본인이지만 지금은 안 한다. 너무 많이 받아서;;;; 이럴 때만큼은 매우 고맙다. 희귀음반 찾기가 이렇게 쉬워졌다는 건 어쨌든 기쁜 일이니까.
 
아 무튼 간만에 들어본 고블린은 역시 훌륭했다. 품격이 느껴지는 공포음악이라는 느낌이 매우 좋다. 사실 이들의 모든 음악이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몇몇 곡들은 전율을 가져다 준다. 사실 요새 공포영화들이 신경질 적인 불협화음과 하드코어 메탈 사운드로 도배되다시피 한 상황이라 그런지 더욱 감회가 새롭다. 역시 나는 옛 것과 품위를 사랑하는 된장남 매니아인 것이다.
 
그 중에서 골라본 곡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이들의 곡인 페노메나이다. 이 음악만 버전이 대략 5가지 정도 되는데, 이 음악은 그 중에서 가장 길며 음반의 1번에 위치한 곡이다. 나머지는 이 곡의 변주곡에 가까우니 이것만 들으면 안심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아마 고블린의 곡들 중에선 대중적으로 그나마 가장 잘 알려진 곡이라고 추측된다. 참고로 이 음악은 나중에 이탈리아의 에픽 메탈밴드인 Rhapsody에 의해 Rain Of A Thousand Flames 앨범에서 Queen Of The Dark Horizons이란 곡의 메인 테마로 쓰여지며 다시 한번 알려졌다. 대략 14분 가량 되는 곡이라 링크 걸기가 좀 애매한데, 나중에 기회 되면 그 곡도 포스팅해 볼까 하는 생각이 있다. 생각만 하지마라 이 게으름뱅이야. 오랜만에 음악 관련으로 길게 얘기를 한 것 같은데 모쪼록 즐겁게 들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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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베이(BAY) 2009/05/04 10:07 # 삭제 답글

    난 왜 지금 이 닉네임을 쓰는지 모르겠군...;;
    그래도 지금은 뭐하는지 모르는 그 분이 지어주신 '게보린의 컬처 고릴라'가 끌리는데.. 계속 써보지 그려 ㅎㅎ
  • 고블린 2009/05/08 20:49 #

    ㅋㅋㅋㅋㅋ 게보린의 컬쳐 고릴라는 좀;;;;;;
    왜 베이인지 너도 모른단 말이냐 ㅋㅋㅋ
  • LA2강남 2009/10/04 09:38 # 삭제 답글

    참 블로그가 5차원이군요. mp3 다운링크정도는 서비스해야죠...좋은게 좋은건데 쩝
  • 조커 2009/10/04 14:35 #

    저는 무료다운로드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좋은게 좋은거라는 말 굉장히 혐오하구요. 초면에 이따위 무례한 답글을 달다니 불쾌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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