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방가 하는 아저씨 사고마비(free)

토요일날 지나친 음주가무를 하고 새벽에 들어온 날이면 어김없이 내게 일요일은 상실된다. 눈을 떠보면 해는 정점을 지나 몰락해 가고있고 속은 아릿하게 저려오고 몸은 한없이 늘어진다. 집에서 살때면 일어나는 순간 어김없이 어머니의 잔소리가 이어질 테지만, 혼자 사는 지금은 그런 것은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내일 할 일들을 조금 점검하고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뒤적거리며 뒹굴거리다보면 어느덧 거뭇하게 날이 진다. 빈둥거리는 일요일을 사랑하긴 하지만 조금 서글프다. 이렇게 하루란 짧은 것이었던가.


잠들기 위해 침대에 누웠을때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형적인 취객의 목소리였다. 뭐가 그리도 한맺힌 것이 많은지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대고 상소리를 해대고 침을 뱉고, 무언가를 게워내고, 그리고 또다시 소리를 질러댄다. 조금 하다 말겠지하는 사이에 어느새 한 시간이 넘어가도록 그는 그칠 줄 모른다. 대체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평소 같았으면 나가서 소리라도 지르고 끌어낼텐데 그날은 왠지 궁금해 졌다. 담배를 꺼내들고 집밖을 나가본다.

40대에서 50대 정도로 보이는 허술한 차림의 남자가 주차장에 널부러져서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 담배에 불을 붙여 한모금 빨고는 그를 쳐다본다. 그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세상을 향해 악을 쓴다. 여기는 주택가니 폐끼치 말고 가시라고 말해보고 건드려도 보았지만 그는 나를 눈치채지조차 못한다. 경찰서에라도 연락할까 하다가 담배나 한대 피시라며 불을 붙여주고 돌아왔다.

나는 술을 마시면 필름이 끊기기 전에 잠을 잔다. 아무리 술에 취해 비틀거려도 기억을 잃어본 적이 없다. 누군가에게 내가 알지 못하는 나를 보여주는것이 두려워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내 인생에서 기억을 잃고 술을 마셔본 적은 단 한번 뿐이다. 2년 6개월동안 사회에서 격리된 나를 그녀가 떠나고 난 후 처음 나온 휴가 때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나는 진탕 술을 마셨고 소리를 질렀고 나를 부축해 주던 선배 차에서 창문을 열고 토했다. 그는 나를 수습해 주었고, 다음날 실컷 욕을하면서 나를 위로해 주었다. 부끄러웠지만 나쁘지 않은 기억이었다. 그리고 얼마뒤 그 선배와 그녀가 사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후로 나는 절대로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기지 않는다. 어쩌면 더이상 그럴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아저씨의 고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주변의 신고로 경찰서에라도 끌려간 것일까. 그는 대체 무엇이 그렇게도 억울하고 힘들었을까. 그도 낮에는 누군가의 믿음직한 남편이자 존경받는 아버지이고 능력있는 상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술이란 그의 껍질을 깨고 나약한 내면을 그렇게 추하게 내뱉게 만든다. 무서운 존재다.

어쩌면 나는 나의 나약한 내면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으려고 잠을 자버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젠 그녀의 얼굴도 희미하다. 그녀는 선배와 긴 연애를하고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잘 살고 있다고 한다. 그 이후로 몇번이나 연애를 해왔는데 어째서 오늘 그녀 생각이 난 건지는 의문이다. 나도 다음번에는 다시 한번 필름이 끊겨 볼까. 생각은 이렇게 끝이 없다. 고성방가 아저씨 덕분에 나는 오늘 30분지각을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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