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세르크 뇌내망상(ani/man)


고딕-딱딱하고 견고하고 직선적인 중세풍의 예술양식을 일컫는 말.
그리고 요즈음에 와서는 하나의 스타일자체를 일컫게 된 단어. 

음악계에 있어서는 일찍이 'Paradise Lost' 와 'My Dying Bride' 가 포효하는 그로울링 남성보컬과 청아한 여성보컬의 대비를 통해, 그리고 난폭한 듯 처연한 음악을 구사하며 '고딕 메탈'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영화쪽에서는 '크로우'같은 영화에서 그 특유의 음습하면서도 우아한 다크의 이미지로써 고딕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또한 오늘 내가 얘기할 만화 쪽에서는 판타지 장르에 크나큰 영향을 주었다. 그러한 판타지 - 대체 판타지의 정의란게 말이야.....하면서 딱딱하게 그 범주에 대해 이야기하긴 싫다. 여기서의 판타지는 톨킨 대선생께서 반지의 제왕으로 정형화시킨 그 판타지를 이야기한다. - 중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판타지의 설정에 모험 시나리오를 섞어 우리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목적으로 한 작품도 있겠고, 밝은 아동풍의 드래곤볼식 격투 판타지도 있을 수 있겠다. 뭐 개중엔 판타지에 에로티시즘을 흩뿌려 놓은 작품도 있겠지. 그런 작품중에 '고딕'의 이미지를 차용한 판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내가 이야기 할건 이거다.

바로 베르세르크



베르세르크는 그야말로 고딕적인 이미지를 여기저기 차용한 작품이다. 여느 건전한 밝은 용자풍의 판타지 만화와는 다르게 인간의 욕망, 추잡함, 더러움을 가감없이 꺼내 놓는다. 폭력, 섹스, 죽음, 광신같은 인간의 역사 속 가장 어두운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 무대는 우리 세계로 치자면 종교가 모든 것 위에서 군림하며 짓이겨 누르던 중세 유럽. 한창 인간의 광기가 넘쳐흐르던 성전과 마녀사냥의 시대.(물론 두 사건이 실제로 같은 시대에 일어난 건 아니다.) 작가는 배경시대부터 처절함을 강조한다.

그 속에 우리의 주인공 가츠가 있다. 한쪽눈은 실명상태에 한팔은 강철의수, 사람 몸보다도 크고 긴 검. 그리고 그는 다짜고짜 괴물을 베어 넘긴다. 마을이 괴물들에게 습격당해도 마을사람들은 안중도 없다. 그저 그의 목적은 괴물의 살육. 그리고 어찌하여 가츠가 그렇게 변해버렸는가를 작가는 길고 길게 서술해 나간다. 그리고는 초반부의 이야기로 수렴한다. 그 스토리 자체로도 충분한 재미가 보장되지만 베르세르크에 있어서 스토리는 부가적인 재미에 지나지 않는다.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건 가츠가 휘두르는 검과 그의 액션, 그리고 사이사이에 보이는 인간의 광기다.

베르세르크의 액션은 정직하다. 바람의 검심에서처럼 죽도록 칼을 휘둘러도 피만 나고 베이지 않는 그런 허황된 액션이 아니다. 휘두르면 휘두르는 대로, 찌르면 찌르는 대로 작가는 마치 대학교 해부학책처럼 자세하게 묘사를 해나간다. 그 동선이 눈에 보이는 듯한 정교한 묘사와 스크린톤 사용을 최대한 절제하는 섬세한 그림체는 그 자체로도 이미 예술이다. 그야말로 피의 춤, 칼의 노래다.

베르세르크는 인간의 욕망을 그려낸다. 베헤리트라는 것. 그것은 그야말로 인간 욕망의 집결체. 인간의 가장 큰 절망속에서 그것은 인간에게 시험을 던진다. '당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바쳐라. 그러면 영원할 수 있다.' 만화 속에서 베헤리트에 몸을 던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어째서 그들은 괴물이 되었는가....를. 어째서 그리피스는 사랑하는 가츠를, 사랑하는 매의 단을 자신의 영생의 제물로 삼았는가를.... 베헤리트는 인간을 심연의 밑바닥까지 떨어뜨리고 그를 잔인하게 시험한다. 그의 욕망-살고싶어-을 자극한다. 

베르세르크는 인간사회를 비판한다. 만화속에서의 종교는 그야말로 중세시절의 기독교의 암울한 이미지 그 자체. 믿음에의 거짓된 강요와 억압 그리고 그런 위선을 가리기 위한 잔인한 고문들. 대규모 역병속에서 희생양을 찾는 마녀사냥. 그 속엔 무슨 일이 일어나면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기보다 누군가 희생양을 만들어 공격하길 좋아하는 우리네 사회가 있다. 그리고 작가의 페르소나 가츠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곳에 걸어들어가 믿기 힘든 괴력으로 그 모든걸 처절하게 파괴한다. 마치 해결사인양.

본인은 베르세르크를 너무나 좋아한다. 읽고 읽고 또 읽었다.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가츠의 절망에 같이 아파했다. 그리피스의 배신에 가슴아팠고 캐스커의 변해버린 모습에 허탈함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사랑한다.

허나 최근 작품에서는 무언가 변화가 보이고 있다. 마법무기라는 것의 등장. 마법의 등장. 파티의 등장. 덕분에 너무나 밝아진 분위기. 얼마전까지의 어두움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개인적으론 그 다크함에 매료된터라 아쉬움이 크다. 뭐 나로썬 앞으로의 전개가 어찌 될지, 앞으로도 나의 베스트작품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속에서 방황하며 절규하는 검사 가츠의 모험. 당신도 그 모험에 동참해 보겠는가? 물론 그 절망과 공포를 이겨낼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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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군대에서 썼으니 정말 오래되었다.
블로그 옮기면서 아쉬운 마음에 옮겨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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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상선약수 2008/10/19 10:41 # 답글

    그 살떨릴정도의 다크함과 어둠틱;? 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팬으로서
    그러나 아직도 앞으로도 영원한 예술만화라고 생각하는 1인....
    이라는 아마도 삶의 빛깔이 무궁무진 다변한 것처럼 베르세르크의
    최근의 변화도 바람직하고 긍정적이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어쨌든 켄타로우 선생님의 그림체에는 경악과 경의를 금치 못하지요 ㅎㅎㅎ
    갠적으로는 절망속에 피어나는 우정과 성공시대르르 그린 -황금시대-
    에피소드의 광신도입니다.ㅎㅎㅎㅎㅎ 같이 베르세르크 좋아하는 분을
    만나서 참 반갑고 기쁘네요^-^~
  • 고블린 2008/12/18 01:42 #

    ㅎㅎㅎ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2008/11/26 04:12 # 삭제 답글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느낌 팍팍 오네요 ㅎㅎ
  • 고블린 2008/12/18 01:42 #

    ㅎ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dkdk 2009/04/09 17:47 # 삭제 답글

    아아 좋은글 이다
  • 월광 2009/05/10 14:16 # 삭제 답글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며 무언가를 이루도록 하는 인간의 위대한 본성과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지 다 하게 하는 인간의 가장 추악한 본성을 동시에.. 그것도 아주 섬세하게 보여준 만화라고 생각됩니다. 이건 다른 어떤 만화에서도 볼 수 없는 요소죠. 그래서 베르세르크를 좋아하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고블린 2009/05/11 19:09 #

    일본만화중에 이정도로 심도깊게 주제를 끌고간 만화는 흔치 않아서 더욱 좋아해요.
    어찌보면 미국 그래픽 노블류로 나왔어도 괜찮았을꺼 같기도 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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